마음 가이드
데자뷔(데자뷰)는 왜 생길까: 기억의 착각일까, 뇌전증 신호일까
데자뷔(데자뷰)는 처음인 줄 알면서도 이미 겪은 것처럼 익숙하게 느껴지는 현상으로, 기억이 만드는 착각으로 보는 연구가 많아요. 여러 조사를 합친 분석에서 약 74%가 겪었다고 답할 만큼 흔하고 나이가 들수록 줄어요. 다음 일을 알 것 같은 느낌도 실험에서는 맞지 않았어요. 아주 잦거나 이상한 냄새, 멍해짐이 함께 오면 신경과 진료를 받아 보세요.
처음인데 이미 겪은 것 같은 데자뷔(데자뷰)를 연구로 정리했어요. 얼마나 흔한지, 기억이 만드는 착각이라는 설명, 다음 일을 알 것 같은 느낌의 정체, 자주 느끼거나 이상한 냄새·배에서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함께 올 때 확인할 뇌전증 신호까지 담았어요.
데자뷔란: ‘익숙하다’와 ‘처음이다’가 함께 드는 느낌
데자뷔(déjà vu)는 프랑스어로 ‘이미 보았다’는 뜻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살면서 한 번쯤 겪는 현상이에요(Hadzic & Andersson, 2024). 처음 와 본 곳이나 처음 나누는 대화인데도 이미 겪은 일처럼 익숙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고전적인 정의는 ‘지금의 경험이 언제인지 모를 과거와 익숙하다는, 주관적으로 맞지 않는 느낌’이에요(Neppe, 1983; Hadzic & Andersson, 2024에서 재인용).
핵심은 두 느낌이 함께 든다는 점이에요. 익숙하다고 느끼면서도 그 익숙함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요(O’Connor & Moulin, 2010). 그래서 연구자들은 데자뷔를 ‘익숙하다’는 판단과 ‘처음이다’라는 판단이 부딪치는 상태로 정의하기도 해요(Aitken 등, 2023). 보통은 익숙함이 맞지 않는다는 쪽으로 정리되며 끝나고(O’Connor & Moulin, 2010), 대개 몇 초 만에 지나가요(Mumoli 등, 2017).
우리말로는 기시감이라고 해요. 표준국어대사전은 기시감을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는 상황이나 장면이 언제, 어디에선가 이미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일’로 풀이해요(국립국어원, n.d.). 반대로 잘 아는 것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는 일은 미시감 또는 자메뷔(jamais vu)라고 해요(Moulin 등, 2021). 그 순간을 이미 살아 본 것처럼 느끼는 데자베퀴(déjà vécu)를 따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데자뷔는 잘못된 익숙함, 데자베퀴는 잘못된 회상으로 설명돼요(Illman 등, 2012).
데자뷔는 병 이름이 아니에요.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질병분류(ICD-11)에는 데자뷔라는 진단이 없어요(Hadzic & Andersson, 2024). 다만 국제뇌전증퇴치연맹(ILAE)의 2025년 발작 분류는 발작 중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 데자뷔와 자메뷔를 적어 두고 있어요(Beniczky 등, 2025). mind.io에는 데자뷔 검사가 없고, 이 글은 진단을 대신하지 않아요. 데자뷔가 얼마나 흔한지, 왜 생긴다고 보는지, 누가 더 자주 겪는지, 다음 일을 알 것 같은 느낌의 정체, 발작의 신호일 때 함께 오는 증상과 진료가 필요한 때를 연구와 공식 자료로 정리했어요.
얼마나 흔할까: 대부분 한 번쯤, 자주는 드물어요
여러 조사를 합친 메타분석에서 건강한 사람의 약 74%가 데자뷔를 겪었다고 답했어요. 다만 이 값을 낸 10개 조사 사이의 차이가 매우 커서(Hadzic & Andersson, 2024) 정확한 비율 하나로 보기는 어려워요. 고전적인 문헌 검토는 약 60%로 정리했고(Brown, 2003), 일본 성인 386명 중 76.2%(Adachi 등, 2003), 이탈리아 성인 542명 중 73%(Mumoli 등, 2017), 체코 성인 365명의 온라인 조사에서는 88.8%가 겪었다고 답했어요(Lacinová 등, 2016). 브라질의 대규모 온라인 조사에서도 데자뷔는 가장 흔하게 보고된 특이한 경험이었어요(Fischer 등, 2026). 국내에서 데자뷔 경험률을 조사한 연구는 찾지 못했어요.
수치가 이렇게 다른 까닭 중 하나는 묻는 방식이에요. 데자뷔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 기억 과제를 한 뒤 요즘 쓰는 정의를 보여 주고 묻자, 참가자의 32~58%가 데자뷔나 ‘말이 혀끝에서 맴도는’ 경험을 했다고 답했고, 묻는 방식을 바꾸자 보고 수가 줄었어요(Jersakova 등, 2016). 브라질 조사에서도 정신건강 조사처럼 보이게 묻거나 ‘예/아니요’로만 답하게 하면 이런 특이한 경험들의 비율이 낮게 나왔어요(Fischer 등, 2026).
자주 겪는 사람은 드물어요. 이탈리아 조사에서 전체 542명 중 ‘1년에 몇 번’이 42.8%로 가장 많았고, ‘한 달에 몇 번’은 6.8%, ‘적어도 매주’는 0.9%, 겪은 적이 없다는 사람은 25.3%였어요. 겪은 사람 가운데 66.1%는 몇 초 동안이었다고 했고, 19.5%는 1분에서 2분쯤이었다고 했어요(Mumoli 등, 2017).
기분은 대개 담담하거나 좋은 쪽이에요. 이탈리아 조사에서 겪은 사람의 45.1%는 ‘아무렇지 않다’, 29.9%는 ‘좋고 즐겁다’, 13.2%는 ‘무섭다’고 답했어요(여러 개 선택; Mumoli 등, 2017). 강한 두려움이 함께 온다면 아래 ‘발작의 신호일 때’를 살펴보세요.
왜 생길까: 기억이 만드는 착각이라는 가설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요. 고전적인 검토는 과학적 설명을 네 갈래로 나눴어요. 두 인지 과정이 잠깐 어긋난다는 이중 처리 설명, 발작이나 신경 전달의 혼란으로 보는 신경학적 설명, 알아보지 못한 것에서 오는 익숙함으로 보는 기억 설명,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본 것을 곧이어 제대로 볼 때 생긴다는 주의 설명이에요(Brown, 2003). 요즘에는 데자뷔를 기억 현상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와요(Cleary & Claxton, 2018).
기억 설명을 실험으로 살펴본 연구가 있어요. 새 장면이 예전에 본 장면과 닮았는데 그 장면이 떠오르지 않으면 익숙함만 남아 데자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실험에서 예전에 본 장면과 닮은 장면은 익숙함과 데자뷔 보고를 함께 늘렸어요(Cleary 등, 2009). 가상현실 실험에서는 볼링장과 지하철역처럼 내용은 달라도 배치가 닮은 장면을 보여 줬는데(Barnett, 2025), 앞서 본 장면을 떠올리지 못할 때 완전히 새로운 장면보다 익숙함과 데자뷔 보고가 많았어요(Cleary 등, 2012). 일본 연구에서도 닮은 점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일상에서 데자뷔를 자주 겪는 경향이 있었어요(Sugimori & Kusumi, 2014).
주의 설명을 뒷받침하는 실험도 있어요. 기호를 아주 잠깐 먼저 보여 주자, 사람들은 그 기호를 실험 전부터 본 적이 있다고 착각하는 일이 늘었어요(Brown & Marsh, 2009). 데자뷔 자체를 잰 실험은 아니지만, 흘깃 본 것을 곧바로 다시 제대로 볼 때 ‘전에 본 것’처럼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에요. 신경학적 설명도 있어요. 수술 전 검사로 뇌에 전극을 넣은 뇌전증 환자 24명에게서 측두엽 안쪽, 특히 내후각피질을 전기로 자극하자 데자뷔가 나타나기도 했고(Bartolomei 등, 2004), 같은 연구진은 측두엽 안쪽의 여러 구조가 잠깐 함께 움직이는 과정이라고 봤어요(Bartolomei 등, 2012). 다만 뇌전증 환자에게서 얻은 결과예요.
최근에는 기억의 갈등을 알아차리는 과정이라는 가설도 있어요. 단어로 거짓 익숙함을 만든 실험에서, 처음 보는 단어라는 것이 분명할 때 데자뷔 보고가 약 25%로, 덜 분명할 때(약 10%)보다 많았어요(Urquhart & O’Connor, 2014). 건강한 21명(16명이 데자뷔를 보고)의 뇌를 촬영한 실험에서는 기억 갈등과 관련된 영역으로 앞띠이랑(전대상피질), 안쪽 이마앞엽, 마루엽 등이 나타났고, 연구진은 기억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이 데자뷔의 중요한 부분일 수 있다고 봤어요(Urquhart 등, 2021). 이 설명으로 나이가 들수록 데자뷔가 줄어드는 이유도 설명할 수 있다는 제안도 있어요(Aitken 등, 2023).
어느 가설도 정답으로 확정되지 않았어요. 연구는 대부분 스스로 보고한 경험에 기대고(Hadzic & Andersson, 2024), 2010년 검토는 데자뷔를 연구하는 기법이 아직 초기 단계라며 결과를 조심스럽게 해석하자고 했어요(O’Connor & Moulin, 2010). 데자뷔를 겪는 사람의 뇌 구조를 비교한 결과도 연구마다 엇갈렸어요(Hadzic & Andersson, 2024). 눈에서 오는 시각 신호가 늦게 도착해서 생긴다는 설명은,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도 보통과 같은 데자뷔를 겪은 사례가 보고되면서 의문이 제기됐어요(O’Connor & Moulin, 2006).
누가 더 자주 겪나: 나이, 학력, 여행, 그리고 피로와 불안
가장 일관된 결과는 나이예요. 데자뷔는 나이가 들수록 줄고(Brown, 2003), 여러 조사에서 나이와 반대로 움직였으며 성별과는 관련이 없었어요(Hadzic & Andersson, 2024). 일본 조사에서 데자뷔를 겪은 사람은 겪지 않은 사람보다 젊고 교육 수준이 높았고, 성별, 주로 쓰는 손, 사는 지역에 따른 차이는 없었어요(Adachi 등, 2003). 사회경제적 수준과 학력이 높을수록 많다는 정리도 있어요(Brown, 2003).
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이 데자뷔를 더 많이 보고한다는 결과도 있어요. 영국 대학생 206명 조사에서 여행 빈도와 데자뷔는 약한 양의 상관(r=0.216)을 보였고(O’Connor & Moulin, 2013), 1951년 조사에서는 여행하지 않는 사람의 11%, 1년에 다섯 번까지 여행하는 사람의 32%가 데자뷔를 겪었다고 했어요(Chapman & Mensh, 1951; O’Connor & Moulin, 2013에서 재인용). 하지만 일본 조사에서는 데자뷔가 여행 빈도나 초자연 현상 관련 항목보다 꿈을 잘 기억하는 것, 예지몽을 꾼다는 경험과 함께 묶였고, 연구진은 이를 좋은 기억 기능과 관련 있다고 해석했어요(Adachi 등, 2003). 반면 영국 연구에서 데자뷔를 겪는 정도는 단어 재인 검사로 잰 기억 능력과 관련이 없었어요(O’Connor & Moulin, 2013).
스트레스와 피로는 결과가 엇갈려요. 고전적인 검토는 데자뷔가 스트레스·피로와 관련 있어 보인다고 정리했지만(Brown, 2003), 체코 조사에서는 신경증 성향, 우울,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가 데자뷔를 예측하지 못했어요(Lacinová 등, 2016). 이탈리아 조사에서 데자뷔 직전 상태로는 ‘편안했다’가 49.9%로 가장 많았고,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13.9%,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다’ 13.2%, ‘몸이 피곤했다’ 12.9%, ‘졸렸다’ 10.4%였어요(여러 개 선택; Mumoli 등, 2017). 잠이 부족하면 데자뷔가 는다는 연구는 찾지 못했어요.
불안도 마찬가지예요.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답한 사람들의 온라인 조사에서는 지난 한 달 동안의 데자뷔가 같은 나이대 비교군보다 잦았고, 불안이 클 때 더 자주, 더 강하게 겪었으며, 데자뷔를 더 괴롭게 느꼈어요(Wells 등, 2021). 반면 뇌전증 환자, 신경과 환자, 의대생을 비교한 영국 연구에서는 집단 차이를 고려하자 불안·우울 점수가 데자뷔 빈도와 관련이 없었어요(Warren-Gash & Zeman, 2014). 데자뷔가 잦다고 불안장애라는 뜻은 아니에요.
‘다음 일을 알 것 같은’ 느낌, 예지일까
데자뷔를 겪을 때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것 같은 느낌이 함께 들기도 해요. 이탈리아 조사에서 데자뷔를 겪은 사람의 16.5%가 그 순간 앞으로 몇 분 동안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어요(Mumoli 등, 2017). 실험실 과제에서도 보고된 데자뷔의 절반 남짓에 이런 예감이 함께 있었고, 예감이 함께한 데자뷔는 익숙함이 더 컸어요(Cleary 등, 2021a).
그 예감이 맞는지 실험한 연구가 있어요. 가상 공간에서 길을 따라가게 한 실험에서, 예전에 지나왔지만 떠오르지 않는 길과 닮은 길은 데자뷔 보고를 늘렸어요. 데자뷔를 느낀 순간 사람들은 다음에 어느 쪽으로 꺾일지 안다는 느낌이 더 강했지만, 실제로 맞힌 비율은 우연보다 높지 않았어요(Cleary & Claxton, 2018). 연구진은 데자뷔 상태 자체가 만드는 판단의 치우침이 이 예감을 설명할 수 있다고 봤어요. 꺾이는 방향을 본 뒤에는 ‘예상대로였다’고 느끼는 경향도 데자뷔 뒤에 더 컸어요(Cleary 등, 2019).
익숙함이 예감을 키운다는 실험도 있어요. 데자뷔에 대해서는 아예 묻지 않은 채 장면 배치의 익숙함을 실험으로 키우자, 앞서 본 비슷한 장면을 떠올리지 못한 경우 익숙함이 클수록 ‘다음 일을 알 것 같은 느낌’도 커졌어요(Huebert 등, 2025). 떠오르지 않는 기억에서 온 익숙함이 ‘안다’는 느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과예요.
데자뷔를 전생의 기억이나 초자연적인 힘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탈리아 조사에서 데자뷔를 겪은 사람이 고른 설명은(여러 개 선택) ‘무의식 속 기억’이 65.3%로 가장 많았고, ‘불안이나 긴장’ 21.5%, ‘나쁜 기억력’ 21.3%, ‘전생’ 5.8%, ‘초자연적 능력’ 5.1%였어요(Mumoli 등, 2017). 대만의 건강한 성인 422명 조사에서는 데자뷔 경험이 많을수록 초자연 현상을 믿는 경향이 있었어요(Shiah 등, 2014). 믿음은 저마다의 해석이지만, 실험으로 확인된 것은 데자뷔 때의 예감이 실제 예측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들어맞은 꿈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예지몽에, 그럴듯한 설명이 내 얘기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바넘 효과에 정리했어요.
발작의 신호일 때: 데자뷔와 함께 오는 증상
아주 잦은 데자뷔가 발작, 주로 측두엽 안쪽에서 시작하는 국소 발작의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은 널리 받아들여져요(Cleary 등, 2021b). 서울대학교병원은 측두엽 뇌전증 발작에 앞서 나타나는 이상한 감각이나 감정을 전조라고 하고, 대표적인 예로 갑작스러운 공포감이나 매우 행복한 느낌, 처음 보는 대상을 이전에 본 것 같은 기시감, 갑작스러운 이상한 냄새와 맛, 배에서 무언가 치받쳐 오르는 듯한 감각을 들어요(서울대학교병원, n.d.). 영국 뇌전증 단체는 이런 전조도 사실은 뇌의 한 부분에서 시작하는 국소 발작의 한 종류라고 설명해요(Epilepsy Action, 2025).
데자뷔의 느낌 자체는 발작 때와 보통 때가 비슷해서, 구별은 데자뷔와 ‘함께 오는 것’으로 해요(Warren-Gash & Zeman, 2014). 영국 연구에서 뇌전증 환자의 데자뷔는 더 잦고 조금 더 오래갔으며, 비현실감, 냄새·맛 환각, 두통이나 배의 이상한 느낌 같은 몸 증상, 두려움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았어요(Warren-Gash & Zeman, 2014). 보통의 데자뷔가 잠깐 스치는 것과 달리 발작과 관련된 데자뷔는 1~2분 이어질 수 있어요(Barnett, 2025).
측두엽 발작은 보통 30초에서 2분 동안 이어지며, 주변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한곳을 응시하거나, 입맛을 다시고 혀를 차거나, 무언가를 되풀이해 씹고 삼키거나, 손가락으로 긁고 뜯는 행동이 나타날 수 있어요. 발작이 끝난 뒤에는 한동안 정신이 혼란스럽고 말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서울대학교병원, n.d.).
그렇다고 데자뷔가 곧 뇌전증의 신호라는 뜻은 아니에요. 데자뷔는 건강한 사람의 약 74%가 겪을 만큼 흔하고, 같은 메타분석에서 뇌전증이 있는 사람 가운데 발작 중에 데자뷔를 겪는 사람은 약 22%였어요(Hadzic & Andersson, 2024). 일본의 뇌전증 환자 312명 가운데서도 발작으로 느끼지 않은 보통의 데자뷔를 겪은 사람이 55.6%로, 발작의 일부로 알아챈 데자뷔를 겪은 사람(24.0%)보다 많았어요(Adachi 등, 2010). 건강한 사람의 데자뷔 중에는 발작 때와 같은 뇌파 이상이 기록되지 않았고, 발작 중 데자뷔일수록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컸어요(Hadzic & Andersson, 2024).
비슷해 보이는 다른 경험과도 구별해 보세요. 미국의 한 신경과 의사는 몇 년이나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공황발작인 줄 알았다고 말한 환자들이 있었다고 해요(Barnett, 2025). 데자뷔와 비현실감은 함께 나타나기도 하지만(Hadzic & Andersson, 2024), 일본 성인 227명 조사에서 데자뷔는 병적인 해리와 관련이 없었어요(Adachi 등, 2008). 익숙한 것이 낯설고 꿈속 같거나 나 자신이 멀게 느껴지는 일이 계속된다면 이인증·비현실감일 수 있어요. 드물게는 독감 치료로 두 가지 약을 함께 먹기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데자뷔가 강하게 되풀이됐다가 약을 끊자 멈춘 한 사람의 사례도 보고됐어요(Taiminen & Jääskeläinen, 2001).
그냥 두어도 될 때와 진료가 필요할 때
가끔 몇 초 스치는 데자뷔는 대부분 해롭지 않아요. 미국신경학회의 환자용 잡지는 약 3분의 2가 데자뷔를 겪고 대부분은 으스스하지만 해롭지 않다고 설명해요(Barnett, 2025). 브라질 조사의 연구진도 데자뷔가 가장 흔한 경험이었다는 결과가, 익숙함에서 오는 착각이 잦고 비교적 해롭지 않을 수 있다는 이전 연구와 맞는다고 봤어요(Fischer 등, 2026). 보통의 데자뷔를 막거나 멈추는 방법으로 검증된 것은 찾지 못했어요.
다음과 같다면 신경과 진료를 받아 보세요. 데자뷔가 유난히 잦거나 1~2분씩 이어질 때, 이상한 냄새나 맛, 배에서 치밀어 오르는 느낌, 갑작스러운 두려움이 함께 올 때, 그 뒤 멍하니 반응이 없었다거나 입맛을 다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 끝난 뒤 혼란스럽거나 말하기 어려울 때예요(Warren-Gash & Zeman, 2014; Barnett, 2025; 서울대학교병원, n.d.; Epilepsy Action, 2025). 미국의 한 신경과 의사는 이런 경험이 함께 있다면 신경과 의사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해요(Barnett, 2025). 서울대학교병원은 측두엽 뇌전증의 진료과로 신경과와 신경외과를 안내해요(서울대학교병원, n.d.). 다른 나라에서는 가정의와 먼저 상의해 보세요.
진료에서는 증상과 곁에서 본 사람의 설명을 바탕으로 발작인지 판단해요(Adamolekun, 2026). 본인은 발작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가족이나 친구 같은 목격자의 이야기가 진단에 큰 도움이 되고, 뇌파 검사(EEG)와 MRI 같은 뇌 영상 검사를 권할 수 있어요(서울대학교병원, n.d.; NHS, 2025). 뇌파는 기록 시간이 짧아서 발작 장애가 있어도 정상으로 나올 수 있어요(Adamolekun, 2026). 언제, 얼마나 오래, 무엇과 함께 왔는지 적어 가면 설명하기 쉬워요. 새로 먹기 시작한 약이 있다면 함께 알리고, 처방약은 혼자 끊지 말고 처방한 의사와 상의하세요. 측두엽 뇌전증 환자의 약 60~70%는 약으로 증상이 잘 조절돼요(서울대학교병원, n.d.).
데자뷔보다 불안이나 비현실감이 더 힘들다면 그쪽을 살펴보세요. 불안 자가점검(GAD-7)은 데자뷔가 아니라 지난 2주의 불안을 살펴보는 검사예요. 나와 주변이 낯설게 느껴지는 일이 잦다면 이인증·비현실감 가이드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처음이라면 정신과 처음 가기를 참고하세요. 불안과 이인증이 있는 젊은 남성이 괴로울 만큼 데자뷔를 계속 겪은 사례에서도 뇌파와 MRI는 정상이었어요(Wells 등, 2014).
자주 묻는 질문
Q. 데자뷔는 왜 생기나요? A.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몰라요. 앞서 본 장면과 닮았는데 그 장면이 떠오르지 않을 때 익숙함만 남는다는 가설이 실험으로 뒷받침됐고(Cleary 등, 2012), 기억의 갈등을 알아차리고 해결하는 과정이라는 가설도 있어요(Urquhart 등, 2021).
Q. 데자뷰가 자주 생기면 병인가요? A. 데자뷔만으로 병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매주 겪는 사람은 0.9%로 드물고(Mumoli 등, 2017), 발작과 관련된 데자뷔는 더 잦고 다른 증상이 함께 와요(Warren-Gash & Zeman, 2014). 이상한 냄새나 맛, 배에서 치밀어 오르는 느낌, 두려움, 멍해짐이 함께 온다면 신경과 진료를 받아 보세요(서울대학교병원, n.d.).
Q. 데자뷔는 예지몽이나 예지력인가요? A. 실험에서는 아니었어요. 데자뷔를 느낄 때 다음 일을 안다는 느낌은 강해졌지만 실제로 맞힌 비율은 우연보다 높지 않았고(Cleary & Claxton, 2018), 비슷한 장면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익숙함을 키우기만 해도 그런 느낌이 커졌어요(Huebert 등, 2025).
Q. 데자뷔와 자메뷔(미시감)는 무엇이 다른가요? A. 방향이 반대예요. 데자뷔는 처음인 것이 익숙하게, 자메뷔는 잘 아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일이에요(Moulin 등, 2021). 같은 단어를 계속 베껴 쓰게 한 실험에서 참가자의 약 3분의 2가 이상한 느낌을 보고했고 대개 30번쯤, 1분쯤 지나서였으며, 일상에서는 데자뷔가 잦은 사람이 자메뷔도 잦았어요(Moulin 등, 2021). 이 연구진은 2023년 이그노벨 문학상을 받았어요(Improbable Research, 2023).
Q. 나이가 들면 줄어드나요? A. 네. 데자뷔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것은 여러 조사에서 거듭 나타났어요(Brown, 2003; Hadzic & Andersson, 2024). 젊은 성인기에 가장 잦다는 정리도 있어요(Aitken 등, 2023).
Q. 스트레스나 피곤해서 그런가요? A. 확실하지 않아요. 관련 있다는 정리도 있지만(Brown, 2003), 스트레스가 데자뷔를 예측하지 못한 조사도 있고(Lacinová 등, 2016), 이탈리아 조사에서는 데자뷔 직전에 편안했다는 사람이 가장 많았어요(Mumoli 등, 2017).
Q. 치매나 정신질환의 신호인가요? A. 보통의 데자뷔는 아니에요. 일본 조사에서 조현병이 있는 사람은 53.1%가 데자뷔를 겪었다고 답해 비교군(76.2%)보다 오히려 적었어요(Adachi 등, 2006). 치매 환자 두 명이 지금 순간을 이미 살아 본 것처럼 계속 느낀 드문 사례가 보고됐지만(Moulin 등, 2005), 보통의 데자뷔는 그 느낌이 틀렸다는 것을 아는 반면 치매에서 보고된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달라요(O’Connor & Moulin, 2010; Wells 등, 2014).
Q. 데자뷔와 데자뷰, 어느 쪽이 맞나요? A. 규범 표기는 ‘데자뷔’예요.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은 ‘데자뷰’의 규범 표기가 ‘데자뷔’라고 안내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같은 뜻의 우리말 ‘기시감’이 올라 있어요(국립국어원, n.d.).
참고 문헌: Hadzic, A., & Andersson, S. (2024), Non-ictal, interictal and ictal déjà vu: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Frontiers in Neurology 15, 1406889, https://doi.org/10.3389/fneur.2024.1406889; Neppe, V. M. (1983), The concept of déjà vu, Parapsychological Journal of South Africa 4, 1-10 (cited in Hadzic & Andersson, 2024); O’Connor, A. R., & Moulin, C. J. A. (2010), Recognition without identification, erroneous familiarity, and déjà vu, Current Psychiatry Reports 12(3), 165-173, https://doi.org/10.1007/s11920-010-0119-5; Aitken, C. B. A., Jentzsch, I., & O’Connor, A. R. (2023), Towards a conflict account of déjà vu: The role of memory errors and memory expectation conflict in the experience of déjà vu,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 155, 105467, https://doi.org/10.1016/j.neubiorev.2023.105467; Mumoli, L., Tripepi, G., Aguglia, U., Augimeri, A., Baggetta, R., Bisulli, F., et 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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