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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가이드

그릿이란? 끈기와 열정은 성공을 얼마나 예측할까: 연구로 본 그릿과 끈기 키우는 법

그릿은 ‘장기 목표를 향한 끈기와 열정’을 뜻해요. 88개 표본, 66,807명을 모은 메타분석에서 그릿과 학업 성적의 상관은 ρ = 0.18로 보통 수준이었고, 성실성과는 ρ = 0.84로 크게 겹쳤어요. 예측력은 주로 노력의 끈기에서 나왔고, 그릿을 개입으로 키울 수 있다는 근거는 튀르키예 초등학교 실험 등 아직 적어요.

그릿 뜻과 연구 결과를 정리했어요. 끈기와 열정이 성공을 얼마나 예측하는지, 성실성과의 차이, 한국형 그릿 척도 연구, 그릿을 키울 수 있는지, 1만 시간의 법칙, 끈기 키우는 법과 그만둘 때까지 담았어요.

그릿이란? 연구가 말하는 결론부터

목표를 세웠는데 몇 달 만에 흥미가 식거나, 시작한 공부를 끝까지 못 해서 ‘나는 끈기가 없나’ 싶을 때가 있어요. 이런 고민과 함께 자주 나오는 말이 ‘그릿(grit)’이에요. 미국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 연구팀은 그릿을 ‘장기 목표를 향한 끈기와 열정’으로 정의했어요. 첫 연구에서 그릿은 학력, 대학 학점, 미국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생도의 훈련 과정 유지, 철자 대회 순위 같은 성공 지표 차이의 평균 4%를 설명했고, 지능(IQ)과는 양의 관련이 없었어요(Duckworth 등, 2007). 이 개념은 더크워스가 2016년에 낸 같은 이름의 책으로 널리 알려졌어요(Duckworth, 2016).

결론부터 말하면, 그릿은 성공과 관련이 있지만 그 크기는 처음 알려진 것보다 작았어요. 88개 표본, 66,807명의 자료를 모은 2017년 메타분석에서 그릿과 학업 성적의 상관은 ρ = 0.18로 보통 수준이었고, 성격 5요인의 하나인 성실성과는 ρ = 0.84로 매우 크게 겹쳤어요. 그릿을 이루는 두 요소 가운데 예측력은 주로 ‘노력의 끈기’에서 나왔고, ‘흥미의 일관성’은 약했어요(Credé 등, 2017). 그래서 그릿이 성실성에 새 이름을 붙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어요(Ponnock 등, 2020).

그렇다고 끈기가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10년에 걸쳐 입학한 9개 기수의 웨스트포인트 생도 11,258명을 졸업까지 추적한 연구에서 그릿은 첫 여름의 혹독한 기초 훈련을 끝까지 마치는지를 지능이나 체력보다 잘 예측했어요. 다만 이 연구는 관련을 본 것이어서, 그릿이 성공의 원인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어요(Duckworth 등, 2019). 이 글은 ‘끈기만 있으면 된다’도 ‘그릿은 거품이다’도 아닌, 연구가 실제로 보여 준 만큼을 정리해요.

이 글은 그릿을 재는 방법과 성공을 얼마나 예측하는지, 성실성과의 관계,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문화별 연구, 그릿을 키울 수 있는지, 재능과 노력 논쟁과 1만 시간의 법칙, 그리고 연구에 비춰 본 끈기 키우는 법을 차례로 다뤄요. 힘든 일을 겪은 뒤 다시 적응해 가는 힘은 회복탄력성 가이드에, 능력은 노력으로 자란다는 믿음은 성장 마인드셋 가이드에, 눈앞의 유혹을 참는 자제력은 의지력 가이드에 따로 정리했어요. mind.io에는 그릿 테스트가 없어요.

그릿은 어떻게 재고, 성공을 얼마나 예측할까

그릿은 보통 스스로 답하는 설문으로 재요. 처음 만든 그릿 척도는 12문항으로, 어려움이 있어도 노력을 이어 가는 ‘노력의 끈기(perseverance of effort)’와 한 목표에 관심을 오래 유지하는 ‘흥미의 일관성(consistency of interest)’ 두 요소로 이뤄져 있어요(Duckworth 등, 2007; Disabato 등, 2019). 2009년에는 같은 두 요소 구조를 유지하면서 4문항을 줄인 8문항짜리 간편형(Grit-S)이 나왔어요(Duckworth & Quinn, 2009).

초기 연구들은 그릿이 여러 분야에서 ‘버티기’를 예측한다고 보고했어요. 첫 연구에서는 성인 두 표본(1,545명, 690명)의 학력, 아이비리그 대학생 138명의 학점, 웨스트포인트 생도 두 기수(1,218명, 1,308명)의 훈련 과정 유지, 전국 철자 대회 참가자 175명의 순위와 관련이 있었어요(Duckworth 등, 2007). 간편형 점수가 높은 성인은 직업을 덜 자주 바꿨고, 청소년은 이후 학점이 높고 텔레비전을 덜 봤어요(Duckworth & Quinn, 2009). 특수부대 선발 과정 완료, 영업직의 직장 유지, 고등학교 졸업, 결혼 생활 유지와도 관련이 있었다는 보고가 뒤따랐어요(Eskreis-Winkler 등, 2014).

가장 큰 자료는 10년에 걸쳐 입학한 9개 기수의 웨스트포인트 생도 11,258명을 졸업까지 추적한 연구예요. 첫 여름 6주 기초 훈련 동안 생도 100명 중 평균 3명이 그만뒀는데, 그릿이 1표준편차 높은 생도는 훈련을 마칠 가능성(오즈)이 54% 높았고, 지능과 체력은 이 시기의 중도 이탈을 확실하게 예측하지 못했어요. 4년 안에 졸업한 생도는 100명 중 약 81명이었고, 졸업은 그릿과 체력이 지능보다 잘 예측했어요. 반대로 학업과 군사 성적은 지능이 가장 강하게 예측했고, 그릿의 예측력은 작았어요. 연구진은 결과가 군대 밖에서도 그대로 성립한다고 가정할 수 없고, 상관 자료라 원인이 아니라 예측을 보여 준다고 한계를 밝혔어요(Duckworth 등, 2019). 이 연구는 성실성을 따로 재지 않았어요.

연구들을 모아 보면 관련의 크기는 더 작게 나타나요. 2017년 메타분석에서 그릿과 학업 성적의 상관은 ρ = 0.18(39개 표본, 13,141명)이었고, 중도에 그만두지 않고 남는 것과의 상관은 결혼 연구를 넣으면 ρ = 0.12, 빼면 ρ = 0.18이었어요. 여기서 ρ는 측정 오차를 보정한 상관이에요. 연구진은 공부 습관과 기술, 대학 적응처럼 이미 알려진 일부 예측 요인은 성적과 이보다 두 배 넘게 강한 상관을 보인다고 지적했어요(Credé 등, 2017). 137개 연구(285,331명)를 모은 2022년 메타분석도 그릿과 학업 성취의 상관을 r = 0.19, 약하거나 보통인 수준으로 정리했어요(Lam & Zhou, 2022).

성실성과 무엇이 다를까: 끈기와 열정을 나눠 보면

그릿을 둘러싼 가장 큰 논쟁은 성격 5요인(Big Five)의 성실성과 얼마나 다르냐는 거예요. 첫 연구에서도 그릿은 성실성과 상관이 높았지만, 지능과 성실성을 넘어서는 추가 예측력이 있다고 보고됐어요(Duckworth 등, 2007). 하지만 2017년 메타분석에서 그릿과 성실성의 상관은 ρ = 0.84(22개 표본, 18,826명)였고, 성실성의 한 측면으로 흔히 보는 자기통제와도 ρ = 0.72였어요. 연구진은 지금 방식으로 잰 그릿은 성실성을 새로 포장한 것일 수 있다며, 이름만 다르고 사실상 같은 개념을 새것처럼 다루는 오류(jangle fallacy)를 경고했어요. 성실성을 먼저 고려하면 전체 그릿 점수는 성적을 거의 더 설명하지 못했어요(Credé 등, 2017).

다른 방법으로 본 연구도 비슷했어요. 영국 16살 쌍둥이 4,642명(2,321쌍)을 조사한 연구에서 성격, 주로 성실성은 의무교육을 마칠 때 치르는 시험(GCSE) 성적 차이의 약 6%를 예측했고, 그릿은 여기에 거의 보태지 못했어요. 그릿의 ‘노력의 끈기’와 성실성은 겉으로 드러난 점수(r = 0.53)에서도, 유전적으로도(유전 상관 0.86) 상당 부분 같은 특성이었어요(Rimfeld 등, 2016). 다양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항 수준에서 분석한 2020년 연구도 그릿과 성실성의 요인 구조가 크게 겹친다며, 둘은 서로 다른 개념이 아니라고 결론지었어요(Ponnock 등, 2020).

흥미로운 점은 두 요소가 따로 움직인다는 거예요. 메타분석에서 ‘노력의 끈기’와 학업 성적의 상관은 ρ = 0.26, ‘흥미의 일관성’은 ρ = 0.10이었고, 성실성을 고려한 뒤에도 성적을 추가로 설명한 것은 노력의 끈기였어요(Credé 등, 2017). 2022년 메타분석에서도 노력의 끈기(r = 0.21)가 흥미의 일관성(r = 0.08)보다 성취와 강하게 관련됐어요(Lam & Zhou, 2022). 6개 대륙 7,617명의 온라인 조사에서는 노력의 끈기가 주관적 안녕감, 성격 강점과 보통에서 강한 관련을 보인 반면, 흥미의 일관성은 관련이 약하거나 오히려 반대 방향이었어요(Disabato 등, 2019).

그래서 그릿의 ‘열정’ 쪽이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어요. 한 연구팀은 그릿 척도가 사실상 끈기만 잰다고 보고, 그 분야에서 원하는 만큼 열정을 느끼는지를 따로 쟀어요. 그릿 척도와 성과를 함께 잰 127개 연구(45,485명)를 모았더니 참여자가 그 분야에 열정이 클수록 그릿과 성과의 관련이 컸고, 직장인 422명과 대학생 248명 연구에서도 끈기와 열정의 조합이 더 높은 성과를 예측했어요(Jachimowicz 등, 2018). 정리하면 연구는 ‘무엇이든 오래 붙잡는 성향’보다 ‘마음이 가는 일에서 어려움을 견디며 노력하는 것’에 더 가까운 그림을 보여 줘요.

문화에 따라 다를까: 한국·일본과 세계의 연구

그릿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개념이라, 다른 문화에서도 같은 모습인지 따져 본 연구들이 있어요. 6개 대륙 7,617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노력의 끈기’가 안녕감·강점과 더 강하게 관련되는 모습은 세계 7개 지역에서 반복됐어요. 하지만 끈기와 일관성을 하나로 묶은 ‘전체 그릿’이라는 구조는 개인주의 국가에서는 지지됐어도,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같은 집단주의 국가에서는 지지되지 않았어요(Disabato 등, 2019).

반면 성적과의 관련만 놓고 보면 문화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어요. 2022년 메타분석은 전체 그릿과 두 요소가 학업 성취와 관련되는 정도가 개인주의 문화와 집단주의 문화에서 다르지 않다고 결론지었어요(Lam & Zhou, 2022). 일본에서는 대학생 1,043명을 대상으로 간편형 그릿 척도의 일본어판을 만들었는데, 원래 척도와 같은 두 요소(끈기와 일관성) 구조가 확인됐어요(Nishikawa 등, 2015).

한국에서는 2021년 국내 대학생 556명의 자료로 한국형 그릿 척도(K-GRIT)를 만든 연구가 있어요. 원래 척도의 12문항에 ‘특정한 장기 목표가 나에게 얼마나 의미 있고 즐거운지’를 묻는 새 문항을 더해 분석했더니 ‘노력-지속성’, ‘열정-즐거움’, ‘열정-의미’의 세 요인, 20문항이 나왔어요. 이 척도의 그릿 총점과 성실성의 상관은 r = 0.55였고, 노력-지속성과 성실성은 r = 0.62였어요(Lee 등, 2021).

특히 원래 척도의 ‘흥미의 일관성’은 노력의 끈기를 고려하면 삶의 만족도와 정신적 안녕감을 더 설명하지 못했지만, 새로 만든 두 열정 요인은 추가로 설명했어요. 다만 성실성과 자기통제를 고려한 뒤 학업 성취를 더 설명하는지는 원래 척도와 새 척도 모두 경계선 수준(p = 0.08)에 그쳤어요. 연구진은 선행 연구를 들어, 성실한 사람은 목표가 없어도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지만 그릿이 높은 사람은 장기 목표를 정하고 그에 맞춰 노력과 열정을 이어 간다는 점에서 둘을 구분했어요(Lee 등, 2021). 대학생 한 표본의 자기보고 설문에서 나온 결과라 일반화에는 조심해야 하지만, ‘일관성’ 요소가 약하고 열정을 다르게 재야 한다는 점에서 앞의 국제 연구들과 같은 방향을 가리켜요.

그릿은 키울 수 있을까

그릿이 성공과 관련된다면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을까요? 2017년 메타분석 연구진은 그릿을 개입으로 높일 수 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봤고, 그릿과 성적의 관련이 크지 않은 만큼 그릿을 높이는 프로그램이 성과에 미치는 효과도 약할 수 있다고 정리했어요(Credé 등, 2017). 2018년 비평 논문은 그릿이 개입에 잘 반응할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어요(Credé, 2018).

가장 자주 인용되는 실험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공립 초등학교 52곳에서 4학년 3,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연구예요. 교사가 약 12주 동안 애니메이션 영상, 짧은 사례, 교실 활동으로 ‘뇌와 능력은 노력으로 자란다’(성장 마인드셋), ‘실패해도 다시 시도한다’, ‘목표를 세운다’는 내용을 가르쳤어요. 프로그램을 받은 학생들은 쉬운 과제 대신 어렵지만 보상이 큰 과제를 더 많이 골랐고, 실패했다는 피드백을 받은 뒤에도 다시 도전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2년 반 뒤 표준화된 수학 시험에서도 약 0.2표준편차의 효과가 남았어요. 다만 교사가 주는 성적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어요(Alan 등, 2019).

희망적인 결과지만 함께 봐야 할 점이 있어요. 이 프로그램은 성장 마인드셋과 목표 세우기를 묶어서 가르쳤기 때문에, 그릿 자체를 바꾼 효과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워요. 대상도 한 도시, 주로 저소득 지역의 초등학생이었어요(Alan 등, 2019). 성장 마인드셋 개입의 효과와 논쟁은 성장 마인드셋 가이드에 정리했어요.

그릿이 타고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아요. 영국 쌍둥이 연구에서 노력의 끈기의 유전율은 37%, 흥미의 일관성은 20%로 추정됐고, 가족이 함께 겪는 환경의 영향은 보이지 않았어요(Rimfeld 등, 2016). 이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를 나눠 본 결과이지, 한 사람의 끈기가 바뀔 수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메타분석에서 그릿은 나이가 많을수록 조금 높았는데(ρ = 0.12), 연구진은 나이가 들수록 성실성이 높아지는 일반적인 흐름과 비슷하다고 봤어요(Credé 등, 2017).

같은 연구진은 학교와 대학은 쓸 수 있는 자원이 한정돼 있으니 성적과 더 강하게 관련되고 개입으로 바뀐다는 근거가 있는 것, 예를 들어 공부 기술과 습관(대학 학점과의 상관 약 0.40), 대학 적응, 수업 출석에 먼저 힘을 쏟으라고 권했어요(Credé 등, 2017).

재능이냐 노력이냐: 1만 시간의 법칙은 맞을까

그릿이 인기를 끈 데에는 ‘재능보다 노력’이라는 메시지가 컸어요. 이 생각의 뿌리 중 하나는 1993년 에릭슨 연구팀의 ‘의도적 연습(deliberate practice)’ 연구예요. 연구팀은 최정상급에 오른 사람들 사이의 차이도 의도적 연습의 양과 밀접하게 관련되고, 타고난 재능으로 여겨진 많은 특성이 최소 10년 동안 이어진 집중적인 연습의 결과라고 주장했어요(Ericsson 등, 1993). 이 연구는 이후 말콤 글래드웰의 책 『아웃라이어(Outliers)』를 통해 ‘1만 시간을 의도적으로 연습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1만 시간의 법칙’으로 널리 퍼졌어요(Macnamara & Maitra, 2019).

하지만 연구를 모아 보면 연습은 중요하되 전부는 아니었어요. 의도적 연습 연구를 모은 2014년 메타분석에서 연습량이 설명한 수행 차이는 게임 26%, 음악 21%, 스포츠 18%, 교육 4%, 직업 1% 미만이었고, 연구진은 의도적 연습이 중요하지만 주장된 만큼 중요하지는 않다고 결론지었어요(Macnamara 등, 2014). 1993년 바이올린 연구를 다시 해 본 2019년 재현 연구에서도 혼자 하는 연습량은 실력 차이의 26%를 설명해 결코 작지 않았지만 원래 연구의 48%보다는 훨씬 작았고, 실력 수준마다 연습량이 차례로 달랐다는 핵심 결과는 재현되지 않았어요(Macnamara & Maitra, 2019).

그릿과 연습은 어떻게 이어질까요? 미국 전국 철자 대회 참가자 연구에서 혼자 단어를 공부하고 외우는 의도적 연습은 남이 내 주는 퀴즈를 풀거나 재미로 책을 읽는 것보다 성적을 더 잘 예측했어요. 참가자들은 의도적 연습을 가장 힘들고 가장 덜 즐거운 준비로 평가했는데, 그릿과 최종 성적의 관련은 이 연습을 거쳐 나타났어요. 그릿이 높은 참가자일수록 이런 연습을 더 많이 한 거예요(Duckworth 등, 2011). 즉 그릿은 ‘오래 버티는 것’ 자체보다, 재미없지만 효과적인 연습을 이어 가게 하는 쪽으로 성과와 연결될 수 있어요.

재능과 노력을 대하는 우리 태도에도 모순이 있어요. 전문 음악가들은 노력파가 타고난 사람보다 더 성공할 것이라고 강하게 믿는다고 답했지만, 성취가 같은 두 피아니스트 가운데 어릴 때부터 타고난 재능을 보였다고 소개된 쪽을 더 재능 있고, 성공 가능성이 크며, 뽑고 싶다고 평가했어요. 이런 ‘타고난 재능 선호 편향(naturalness bias)’은 전문가에게서 나타났고 비전문가에게서는 보이지 않았어요(Tsay & Banaji, 2011). 한편 그릿은 지능과도 거의 관련이 없었어요(ρ = 0.05). 적어도 지적 능력과 끈기는 서로 다른 축에 가깝다는 뜻이에요(Credé 등, 2017).

연구에 비춰 본 끈기 키우는 법과 그만둘 때

아래는 연구로 효과를 확인한 방법이 아니라 위 연구들에 비춰 본 제안이에요. 첫째, 끈기를 ‘무엇이든 버티는 힘’보다 ‘마음이 가는 목표를 향한 노력’으로 보세요. 열정을 느끼는 분야일수록 그릿과 성과의 관련이 컸고(Jachimowicz 등, 2018), 한국 연구에서는 목표가 즐겁고 의미 있다고 느끼는 정도가 노력과 별개로 삶의 만족도·정신적 안녕감과 관련됐어요(Lee 등, 2021). 지금 붙잡은 목표가 나에게 왜 중요한지 한 문장으로 적어 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둘째, 얼마나 오래 하는지보다 어떻게 하는지를 보세요. 철자 대회 연구에서 성적을 가장 잘 예측한 것은 힘들어도 혼자 집중해서 공부하고 외우는 연습이었어요(Duckworth 등, 2011). 다만 연습이 설명하는 몫은 분야마다 달라서 교육과 직업에서는 작았어요(Macnamara 등, 2014). 성적이 목표라면 공부 기술과 습관, 수업 출석처럼 성적과 더 강하게 관련된 것부터 챙기는 편이 근거와 더 잘 맞아요(Credé 등, 2017).

셋째, 실패를 해석하는 방식과 목표 세우기를 함께 연습해 보세요. 튀르키예의 초등학교 실험은 ‘실패는 능력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라는 메시지와 목표 세우기를 묶어서 가르쳤고, 학생들은 어려운 과제에 다시 도전하는 경우가 늘었어요(Alan 등, 2019). 그 프로그램을 집에서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지만, 막혔을 때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다음에 무엇을 바꿀까’를 적어 보는 습관은 같은 방향이에요.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면 미루는 습관 가이드의 방법이, 유혹이 문제라면 의지력 가이드의 상황 바꾸기가 더 맞을 수 있어요.

넷째, 그만두는 것도 판단의 하나로 보세요. 실험 과제와 게임에서 그릿이 높은 사람은 지고 있을 때도 비용을 감수하며 더 오래 버텼고, 돈을 잃을 위험이 있어도 계속하려는 경향이 있었어요(Lucas 등, 2015). 이룰 수 없는 목표에서 손을 떼고 다른 목표에 다시 힘을 쏟는 능력은 높은 주관적 안녕감과 관련이 있었어요(Wrosch 등, 2003). 끈기는 방향이 맞을 때 힘이 되니, 목표를 정기적으로 다시 점검해 보세요. 버티는 동안 잠과 건강이 무너지거나 늘 지쳐 있다면, 그때 필요한 것은 더 큰 끈기보다 쉼과 도움일 수 있어요. 일로 소진됐다고 느낀다면 번아웃 증상 가이드도 살펴보세요. 끈기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오래 이어진 무기력이라면 성격 문제로만 보지 말고 무기력 가이드도 함께 읽어 보세요.

그릿 자주 묻는 질문

Q. 그릿 테스트로 내 그릿 점수를 알 수 있나요? A. 연구에서 쓰는 그릿 척도(12문항 원척도, 8문항 간편형)는 스스로 답하는 설문이라, 점수는 지금의 자기 평가로 읽는 편이 좋아요(Duckworth & Quinn, 2009). mind.io에는 그릿 테스트가 없어요. 그릿과 크게 겹치는 성실성을 포함해 다섯 가지 성격 특성을 점수로 보고 싶다면 Big Five 검사를, 여러 강점 가운데 끈기가 몇 번째인지 보고 싶다면 VIA 강점 테스트를 해 볼 수 있어요. 두 검사 모두 그릿 척도는 아니에요.

Q. 그릿이 낮으면 성공하기 어렵나요? A. 그릿과 학업 성적의 상관은 ρ = 0.18 정도라, 점수만으로 한 사람의 앞날을 가늠하기는 어려워요(Credé 등, 2017). 웨스트포인트 연구에서도 성적은 지능이, 첫 여름 훈련을 마치는지는 그릿이, 졸업은 그릿과 체력이 더 잘 예측하는 등 성공의 종류마다 중요한 것이 달랐어요(Duckworth 등, 2019).

Q. 그릿은 타고나나요, 길러지나요? A. 쌍둥이 연구에서 노력의 끈기의 유전율은 37%로 추정됐어요(Rimfeld 등, 2016). 교실 프로그램으로 어려운 과제에 다시 도전하는 행동이 늘었다는 실험도 있지만(Alan 등, 2019), 그릿 개입 전반의 근거는 아직 부족해요(Credé, 2018).

Q. 그릿과 회복탄력성, 성장 마인드셋은 어떻게 다른가요? A. 그릿은 장기 목표를 향해 노력과 관심을 이어 가는 성향이에요(Duckworth 등, 2007). 회복탄력성은 힘든 일을 겪은 뒤 적응해 가는 과정에 가깝고, 성장 마인드셋은 능력이 노력으로 자랄 수 있다는 믿음이에요. 자세한 내용은 회복탄력성 가이드와 성장 마인드셋 가이드에 정리했어요.

Q. 1만 시간만 연습하면 누구나 전문가가 되나요? A. ‘1만 시간의 법칙’은 의도적 연습 연구가 대중서를 통해 퍼지며 생긴 말이에요(Macnamara & Maitra, 2019). 연습량이 설명하는 수행 차이는 게임 26%에서 직업 1% 미만까지 분야마다 달랐어요(Macnamara 등, 2014). 연습은 중요하지만, 시간을 채우는 것만으로 실력이 정해지지는 않아요.

참고 문헌: Duckworth, A. L., Peterson, C., Matthews, M. D., & Kelly, D. R. (2007), Grit: perseverance and passion for long-term goal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2(6), 1087-1101, https://doi.org/10.1037/0022-3514.92.6.1087; Duckworth, A. (2016), Grit: the power of passion and perseverance, New York: Scribner (book; mentioned, not quoted); Credé, M., Tynan, M. C., & Harms, P. D. (2017), Much ado about grit: a meta-analytic synthesis of the grit literatur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13(3), 492-511, https://doi.org/10.1037/pspp0000102; Ponnock, A., Muenks, K., Morell, M., Yang, J. S., Gladstone, J. R., & Wigfield, A. (2020), Grit and conscientiousness: another jangle fallacy,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 89, 104021, https://doi.org/10.1016/j.jrp.2020.104021; Duckworth, A. L., Quirk, A., Gallop, R., Hoyle, R. H., Kelly, D. R., & Matthews, M.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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