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가이드
싸운 후 화해하는 법: 연인·부부 싸움과 사과하는 법, 연구로 본 관계 회복
연구자들은 다툼이 있느냐보다 어떻게 다투느냐에 더 주목해 왔어요. 격해지면 언제 돌아올지 말하고 잠시 쉬고, 변명 없이 책임을 인정하며 바로잡을 방법을 담아 사과해 보세요. 용서는 화해나 관계를 이어 가는 것과 같지 않고, 상대가 무섭다면 화해보다 안전이 먼저예요.
싸운 후 화해하는 법, 연구는 뭐라고 할까요? 연인·부부 싸움에서 관계를 해치는 패턴, 한쪽은 다그치고 한쪽은 피하는 고리, 격해졌을 때 쉬어 가기, 효과적인 사과와 용서, 통제·폭력일 때를 정리했어요.
싸운 후 화해하는 법, 먼저 알아 둘 것: 싸움보다 싸우는 방식이 문제예요
가까운 사이라면 다툼은 피하기 어려워요. 연구자들이 더 주목해 온 것은 다툼이 있느냐보다 어떻게 다투느냐예요. 부부가 갈등 주제를 놓고 대화하는 모습을 관찰한 두 종단 연구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화를 주고받는 모습은 그 당시의 불만과 함께 나타났지만 3년 동안의 변화로 보면 오히려 결혼 만족이 나아지는 것과 관련이 있었어요. 반대로 방어하기(푸념 포함), 고집 부리기, 대화에서 물러나기는 시간이 지나며 관계가 나빠지는 것과 관련됐어요(Gottman & Krokoff, 1989). 다만 이 결과는 변화를 분석한 방식 때문에 생긴 통계적 착시일 가능성이 높다는 반론도 나왔어요(Woody & Costanzo, 1990).
부부 73쌍을 4년 간격으로 두 번 살펴본 연구에서는 안정적으로 유지된 부부가 세 가지로 나뉘었어요. 서로의 말을 인정해 주며 다투는 부부, 격하게 부딪히는 부부, 다툼을 피하는 부부였어요. 불안정한 쪽은 적대적인 부부, 그리고 적대적이면서 서로에게서 멀어진 부부였어요(Gottman, 1993). 가까운 관계의 갈등 연구를 정리한 한 논평도 갈등이 해로운지 이로운지는 얼마나 자주 다투는지, 어떻게 다루는지, 그 관계가 서로를 얼마나 지지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보았어요. 서로 지지하는 관계의 건설적인 다툼은 어느 선까지는 득이 되고, 상대를 강압하는 다툼은 해가 되기 쉽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가설이에요(Laursen & Hafen, 2010). 자주 싸운다고, 혹은 거의 안 싸운다고 그것만으로 관계를 판단할 수는 없다는 뜻이에요.
이 글은 연인·부부의 다툼과 화해에 관한 연구를 중심으로, 사과와 용서처럼 친구나 가족 사이에도 이어지는 연구를 함께 모았어요. 거리를 두는 연인과의 대화는 회피형 연인과 대화하는 법에, 버림받을까 불안해 매달리게 되는 마음은 불안형 애착 다루는 법에 따로 정리했어요. 진단을 위한 글은 아니에요. 상대가 무섭거나 다툼이 위협이나 폭력으로 번진 적이 있다면, 이 글의 화해 요령보다 아래 ‘다툼이 아니라 통제·폭력일 때’를 먼저 읽어 주세요. 위급하면 바로 112, 가정폭력·교제폭력 상담은 여성긴급전화 1366(24시간)에 연락하세요.
관계를 해치는 싸움의 모양: 거친 시작, 방어, 담쌓기와 복구 시도
싸움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도 중요해요. 신혼부부 124쌍의 15분짜리 갈등 대화에서 드러난 감정을 3분 단위로 기록한 연구에서는 처음 3분의 감정 표현만으로도 6년 뒤 결혼이 유지됐는지를 예측할 수 있었어요(Carrère & Gottman, 1999). 부부 73쌍을 1983년과 1987년에 살펴보며 대화 속 긍정과 부정의 균형으로 부부를 나눈 연구에서는, 균형이 무너진 부부가 부정적인 감정 표현은 더 많고 긍정적인 표현은 더 적었으며, 고집 부리기와 대화에서 물러나기, 방어가 더 많았고, 별거나 이혼을 생각하거나 실제로 별거할 위험도 더 컸어요(Gottman & Levenson, 1992).
가트맨은 대중서에서 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입을 닫고 반응하지 않기)를 관계를 위협하는 ‘네 기수’라고 불렀어요(Gottman & Silver, 1999). 같은 연구실이 부부들을 14년 동안 추적한 연구에서는 갈등 대화의 부정적인 감정이 이른 이혼을, 일상 대화와 갈등 대화에 긍정적인 감정이 부족한 것이 늦은 이혼을 예측했고, 결혼 만족과 이혼 고민까지 넣은 모형은 93%의 정확도로 이혼을 맞혔다고 보고했어요(Gottman & Levenson, 2000). 하지만 이런 이혼 예측 연구는 모형을 만든 자료가 아닌 새 자료로 검증하면 정확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있어요(Heyman & Slep, 2001). 같은 연구실의 신혼부부 연구를 두고는 분석할 부부를 고른 방식과 상관 자료로 원인을 말하는 문제를 지적한 비판도 나왔어요(Stanley 등, 2000). 흔히 듣는 ‘이혼을 90% 넘게 맞힌다’는 말은 이런 패턴이 위험 신호로 함께 나타났다는 뜻으로 읽는 편이 정확해요.
싸우는 중에 분위기를 돌리려는 말이나 행동을 가트맨 연구팀은 ‘복구 시도(repair)’라고 불러요. 신혼부부의 갈등 대화를 관찰한 연구에서는 대화 처음 3분 안에 먼저 나온 복구 시도가 가장 효과적이었고, 논리나 문제 해결에 호소하기보다 감정의 분위기를 살피는 시도가 그랬어요. 함께 웃기, 애정 표현, 내 마음 털어놓기, 이해와 공감 표현, 문제의 일부에 대한 책임 인정, ‘우리 괜찮아’라는 신호 같은 것들이에요. 두 사람의 우정이 탄탄할수록 복구 시도가 서로에게 받아들여지기 쉽다는 가설도 지지됐어요(Gottman 등, 2015). 신혼부부 49쌍을 본 다른 연구에서는 평소 저녁 식사 때의 장난스러움과 반가워하는 모습이 갈등 대화 중의 유머·애정과 이어져 있었지만, 관찰 연구라 원인과 결과는 알 수 없어요(Driver & Gottman, 2004).
다만 대화 기술이 관계의 전부는 아니에요. 로스앤젤레스 저소득 지역의 신혼부부 431쌍을 9개월 간격으로 네 번 관찰한 연구에서, 대화가 나중의 만족을 예측하는 방향과 만족이 나중의 대화를 예측하는 방향이 모두 있었지만 어느 쪽도 강하지 않았어요. 연구진은 대화 기술을 관계 만족의 핵심으로 보는 이론과 프로그램에 의문을 제기했어요(Lavner 등, 2016). 한편 결혼 첫 4년 동안 만족도가 꾸준히 높았던 부부 136쌍 가운데 10년 안에 이혼한 부부는 신혼 때 부정적인 대화와 감정, 부정적인 지지 행동이 더 많았어요(Lavner & Bradbury, 2012). 행복한 관계에서도 싸우는 방식은 돌아볼 가치가 있지만, 싸움 한 번으로 관계의 앞날이 정해지지는 않아요.
한쪽은 다그치고 한쪽은 입을 닫을 때: 쫓고 물러서기와 잠시 쉬어 가기
다툼에서 흔히 보이는 고리 하나는 한쪽이 감정적인 요구와 비난, 불평으로 상대를 몰아붙이고 다른 쪽은 방어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물러서는 모습이에요. 연구자들은 이를 요구-철회 패턴이라고 불러요. 부부 31쌍이 각자 상대에게 바라는 변화를 하나씩 놓고 이야기한 연구에서, 두 사람 모두 자기가 바라는 변화를 이야기할 때는 더 요구하고, 상대가 바라는 변화를 이야기할 때는 더 물러서는 경향이 있었어요. 성별에 따른 차이도 함께 나타나 역할이 그대로 뒤바뀐 것은 아니지만, 누가 변화를 바라느냐도 역할을 좌우했다는 뜻이에요(Christensen & Heavey, 1990).
이 고리는 관계에 부담이 돼요. 연구 74편(14,255명)을 모은 메타분석에서 요구-철회는 낮은 관계 만족 같은 여러 결과와 중간 정도로 연관됐고(전체 r = .36), 어느 쪽이 요구하는 쪽이든 연관의 크기는 비슷했어요(Schrodt 등, 2014). 쫓는 쪽이라면 한 번에 여러 불만을 쏟아 내기보다 바라는 변화 하나를 부드럽게 꺼내 보고, 물러서는 쪽이라면 사라지기 전에 언제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지 말해 주세요. 애착의 관점에서 이 고리를 다룬 내용은 애착유형별 연애 특징에 있어요.
싸움이 격해지면 몸도 함께 달아올라요. 부부 30쌍이 갈등 대화를 하는 동안 생리 반응을 이어서 잰 연구에서, 대화 중 몸이 더 흥분했던 부부일수록 이후 3년 동안 결혼 만족이 더 많이 떨어졌어요. 3년 뒤에는 19쌍만 다시 조사한 작은 연구예요(Levenson & Gottman, 1985). 가트맨은 감정과 몸의 긴장이 한꺼번에 몰려와 대화를 이어 가기 어려운 상태를 ‘감정 범람(flooding)’이라고 부르고, 그럴 때는 적어도 20분쯤 쉬며 마음을 가라앉히라고 대중서에서 권해요(Gottman & Silver, 1999). 시험으로 확인된 시간이라기보다 권고예요. 쉬는 동안 상대의 잘못을 곱씹으면 화가 오래가기 쉬워요. 그 연구들은 분노 조절 방법에 정리했어요.
쉬는 것은 상대를 피하거나 벌주는 것과 달라요. 말없이 사라지면 상대는 버려졌다고 느낄 수 있으니 “지금은 너무 흥분해서 30분 뒤에 다시 얘기하고 싶어”처럼 언제 돌아올지 말하고, 약속한 때에 실제로 돌아오세요. 멈추자는 신호와 쉬는 시간을 차분할 때 두 사람이 미리 함께 정해 두는 것도 방법이에요.
사과하는 법: 책임을 인정하고 바로잡겠다고 말하기
사과는 용서와 함께 가는 경우가 많아요.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잘못한 상황의 용서를 다룬 연구 175편(26,006명)을 모은 메타분석에서 사과는 용서와 눈에 띄게 연관됐어요(r = .42). 상대가 일부러 그랬다고 보는 정도(r = −.49), 상대에게 공감하는 정도(r = .51), 지금 느끼는 분노(r = −.41)도 용서와 크게 연관됐어요(Fehr 등, 2010). 한 설문 연구의 결과는, 사과를 받으면 용서하기 쉬운 것이 상대에게 더 공감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가설과 맞았어요(McCullough 등, 1997).
무엇을 담아야 할까요? 사과의 여섯 가지 요소(후회 표현, 무엇이 잘못됐는지 설명, 책임 인정, 다시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 바로잡겠다는 제안, 용서 요청)를 나눠 시험한 두 연구에서, 요소를 많이 담은 사과일수록 더 효과적이라고 평가됐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 인정, 그다음은 바로잡겠다는 제안이었고, 용서해 달라는 요청이 가장 덜 중요했어요(Lewicki 등, 2016). 다만 온라인으로 모은 성인 333명과 대학생 422명이 채용 담당자가 되었다고 상상하고, 전 직장에서 세금 신고를 잘못 처리한 입사 지원자의 사과를 평가한 연구예요(첫 연구는 사과에 어떤 요소가 담겼는지 안내만 받았고, 둘째 연구는 사과문을 읽었어요). 연인 사이에서 말로 하는 사과에 그대로 옮기기는 조심스러워요.
좋은 사과를 가로막는 것은 무엇일까요? 한 리뷰는 질 높은 사과를 여러 요소를 두루 담으면서 방어하지 않는 사과, 곧 변명하거나 상대를 탓하지 않는 사과로 정리했어요. 사과를 막는 것으로는 상대나 관계에 대한 관심이 적을 때, 사과가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것처럼 느껴질 때, 사과해도 소용없을 거라고 생각할 때를 꼽았어요. 잘못한 쪽은 사과가 실제보다 더 굴욕적이고 힘들 거라고 예상하고 사과의 좋은 효과는 낮춰 보는 경향이 있었고,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먼저 떠올리게 하자 더 온전하고 덜 방어적인 사과를 했다는 실험도 있었어요(Schumann, 2018). “미안해, 그런데 너도…”처럼 ‘그런데’가 붙는 사과보다 “내가 그렇게 한 건 잘못이었어. 다음엔 이렇게 할게”처럼 책임과 바로잡을 방법을 담는 편이 이 연구들과 잘 맞아요.
용서는 화해나 관계를 이어 가는 것과 같지 않아요
연구에서 용서는 관계를 해치는 반응을 누르고, 상처를 준 사람을 건설적으로 대하게 되는 마음의 변화로 정의돼요(McCullough 등, 1997). 결혼 3년 차 부부와 결혼 기간이 더 긴 부부를 본 두 연구에서는 보복하거나 상대를 피하려는 마음이 더 나쁜 갈등 해결과, 상대를 향한 선의가 더 나은 갈등 해결과 관련됐어요. 다만 어느 배우자의 어떤 마음이 관련됐는지는 연구마다 달랐고, 이 연관은 결혼 만족도와는 별개로 나타났어요(Fincham 등, 2004).
하지만 용서와 화해는 같은 말이 아니에요. 상담 분야의 한 논문은 둘의 차이를 짚으며 상담자가 둘을 혼동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Freedman, 1998). 용서가 내 마음의 변화라면, 관계를 다시 잇는 화해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에요. 용서가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에요.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첫 결혼을 한 지 6개월이 안 된 부부 72쌍을 4년 동안 살펴본 연구에서, 자신이 잘 용서하는 편이라고 답한 배우자의 상대는 심리적·신체적 공격이 줄지 않고 그대로였고, 덜 용서하는 배우자의 상대는 공격이 시간이 지나며 줄었어요. 연구자는 용서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결론지었어요(McNulty, 2011). 마지막 조사에는 37쌍만 남았고 관련성을 본 연구라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되풀이되는 공격까지 덮어 주는 것이 용서의 뜻은 아니에요. 공격이나 위협이 있다면 안전이 먼저예요. 위급하면 바로 112, 가정폭력·교제폭력 상담은 여성긴급전화 1366(24시간)에 연락하세요.
용서했다고 해서 반드시 관계를 이어 가야 하는 것은 아니고, 헤어지기로 하는 것도 존중받아야 할 선택이에요. 헤어진 뒤의 회복은 이별 극복 방법 가이드에 정리했어요. 반대로 상처를 준 쪽이라면, 상대가 바로 용서하지 않아도 재촉하지 마세요. 앞의 사과 연구에서 용서 요청은 가장 덜 중요한 요소였어요(Lewicki 등, 2016).
제3자의 눈으로 다시 보기: 21분 글쓰기 연구와 상담
싸움의 횟수를 줄이지 않고도 싸움이 남기는 괴로움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있어요. 2년 동안 4개월마다 조사에 참여한 부부 120쌍을 무작위로 나눠, 절반은 둘째 해에 최근의 다툼을 ‘모두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바라는 중립적인 제3자’의 눈으로 다시 생각해 보는 7분짜리 글쓰기를 세 번(모두 21분) 했어요. 첫해에는 두 집단 모두 결혼의 질이 떨어졌지만, 둘째 해에 글쓰기를 하지 않은 부부는 계속 떨어진 반면 글쓰기를 한 부부는 떨어지지 않았어요. 다툼이 잦은 정도와 주제의 심각성은 두 집단이 비슷했고, 다툼 때문에 느끼는 괴로움이 줄어든 것이 이 차이를 설명했어요(Finkel 등, 2013).
다만 한 연구실의 한 연구예요. 다른 연구진이 이 방법을 바꿔 캐나다에서 6세 미만 자녀를 둔 커플 140쌍을 무작위로 나누고 9주 동안 세 번 글을 쓰게 한 예비 시험에서도, 비교 집단은 시작부터 프로그램 직후까지 관계의 질이 나빠졌지만 다시 보기 글쓰기를 한 집단은 그렇지 않았어요(Prime 등, 2024). 아직 연구가 많지 않고, 이 차이는 프로그램 직후까지의 결과로 보고됐어요. 써 보고 싶다면 최근 다툼을 사실 위주로 짧게 적은 뒤, 모두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바라는 중립적인 제3자라면 이 다툼을 어떻게 볼지 적어 보세요.
두 사람이 애써도 같은 싸움이 오래 되풀이된다면 커플·부부 상담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커플 상담의 효과에 관한 연구는 권태기 극복 가이드에 정리했어요. 다만 상담을 생각하기 전에, 아래 ‘다툼이 아니라 통제·폭력일 때’에 해당하지 않는지 먼저 살펴보세요. 그런 관계라면 커플 상담보다 안전이 먼저예요. 위급하면 바로 112, 가정폭력·교제폭력 상담은 여성긴급전화 1366(24시간)에 연락하세요. 그런 관계라면 각자 따로 도움을 받으세요.
다툼이 아니라 통제·폭력일 때
이 글의 화해 요령은 두 사람이 서로를 두려워하지 않는 관계의 다툼을 위한 거예요. 연구자들은 친밀한 관계의 폭력이 한 가지가 아니라고 보고 강압적 통제 폭력, 저항 폭력, 상황적 커플 폭력, 이별 과정에서 생기는 폭력의 네 가지 패턴을 구분해요(Kelly & Johnson, 2008). 상대가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이야기할지 정하고, 시간을 일일이 보고하게 하고,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거나 검사하고, 계정 비밀번호를 알아야 한다고 하고, 기기로 위치를 추적하고, 가족과 친구에게서 떼어 놓는 것은 영국 정부의 지침이 강압적 통제의 예로 드는 행동이에요(영국 내무부, 2023). 이런 일이 있거나 상대가 무섭다면 화해보다 안전이 먼저예요. 위급하면 바로 112, 가정폭력·교제폭력 상담은 여성긴급전화 1366(24시간)에 연락하세요.
이런 관계에서는 대화 기술이나 사과, 용서, 커플 상담이 답이 되기 어려워요. 미국 가정폭력 핫라인은 학대가 있는 관계라면 상대와 함께 상담받기를 권하지 않아요. 학대는 관계의 문제가 아니고, 커플 상담은 학대 관계의 불평등한 힘의 구조를 고칠 수 없으며, 가해자가 상담에서 나온 말을 나중에 상대에게 불리하게 쓸 수 있다는 이유에서예요(미국 가정폭력 핫라인, 2022). 가벼운 폭력이 있었던 커플을 상담해 온 연구자들은 한쪽에만 가르친 ‘타임아웃’이 효과가 없거나 상대를 괴롭히는 데 쓰이기도 한다는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전했고(Rosen 등, 2003), 잘 용서하는 배우자의 상대일수록 공격이 줄지 않았다는 연구도 있어요(McNulty, 2011). 위험할 수 있을 때는 혼자 맞서거나 따지지 말고,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상황을 알리고, 위급할 때 갈 곳과 연락할 사람을 미리 정해 두세요. 위급하면 바로 112, 가정폭력·교제폭력 상담은 여성긴급전화 1366(24시간)에 연락하세요.
질투가 통제로 번지는 신호는 연애 질투 가이드에, 내 기억과 판단을 흔드는 말이 되풀이된다면 가스라이팅 가이드에 정리했어요.
자주 묻는 질문
Q. 친구와 싸웠을 때도 똑같이 하면 될까요? A. 이 글의 연구 대부분은 연인과 부부를 다뤘어요. 다만 사과와 용서의 연관을 보여 준 메타분석은 연인만이 아니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잘못한 여러 상황을 모은 것이고(Fehr 등, 2010), 갈등이 해로운지는 얼마나 자주, 어떻게 다투는지와 관계의 질에 달려 있다는 논평도 가까운 관계 전반을 다뤘어요(Laursen & Hafen, 2010). 책임을 인정하고 바로잡을 방법을 말하는 사과, 잠시 쉬었다가 언제 돌아올지 말하는 것은 친구 사이에서도 해 볼 수 있어요. 다툼 뒤 연락이 끊겨 외롭다면 외로움 극복법도 읽어 보세요.
Q. 누가 먼저 사과해야 하나요? A. 누가 먼저 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는 우리가 찾은 범위에서는 없었어요. 다만 잘못한 쪽은 사과가 실제보다 더 힘들고 효과는 적을 거라고 예상하는 경향이 있었어요(Schumann, 2018). 내 몫의 잘못이 있다면 그 부분만큼은 먼저 인정해 보세요. 문제의 일부에 대한 책임 인정은 신혼부부의 다툼에서 효과적이었던 복구 시도 가운데 하나였어요(Gottman 등, 2015).
Q. 싸운 뒤 연인이 연락을 받지 않아요. A. 격한 다툼 뒤에는 감정이 가라앉을 시간이 필요한 걸 수도 있어요. 가트맨도 감정이 범람할 때는 쉬어 가라고 권해요(Gottman & Silver, 1999). 다툴 때마다 입을 닫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요구-철회 고리일 수 있어요(Christensen & Heavey, 1990). 연락으로 몰아붙이기보다 언제 다시 이야기할 수 있을지 한 번 묻고 기다려 보세요. 거리를 두는 연인과의 대화는 회피형 연인과 대화하는 법에 정리했어요. 연락을 끊는 것이 벌을 주거나 통제하는 방식으로 되풀이된다면 위의 ‘다툼이 아니라 통제·폭력일 때’를 읽어 주세요. 위급하면 바로 112, 가정폭력·교제폭력 상담은 여성긴급전화 1366(24시간)에 연락하세요.
Q. 가트맨 연구는 이혼을 90% 넘게 예측한다던데 사실인가요? A. 14년 추적 연구에서 한 모형이 93%의 정확도로 이혼을 맞혔다고 보고한 것은 사실이에요(Gottman & Levenson, 2000). 결혼 만족과 이혼 고민에 대한 응답까지 넣은 모형이라, 대화만 보고 맞힌 수치는 아니에요. 하지만 이런 예측은 새 자료로 검증하면 정확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있고(Heyman & Slep, 2001), 분석할 부부를 고른 방식과 인과 해석에 대한 비판도 있어요(Stanley 등, 2000). 이 글에 소개한 가트맨 연구실의 연구는 대부분 결혼한 이성 부부를 관찰했어요. 패턴은 위험 신호로 참고하되, 한 번의 싸움으로 관계의 앞날을 점치지는 마세요.
Q. 애착유형이나 사랑의 언어가 달라서 자꾸 싸우는 걸까요? A.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려워요. 내가 관계에서 어떻게 가까워지고 멀어지는지는 애착유형 테스트로, 어떤 표현에서 사랑을 느끼는지는 사랑의 언어 테스트로 살펴볼 수 있지만, 둘 다 싸움의 원인을 진단하는 검사는 아니에요. 두 개념의 차이는 사랑의 언어와 애착유형의 차이에 정리했어요.
참고 문헌: Gottman, J. M., & Krokoff, L. J. (1989), Marital interaction and satisfaction: a longitudinal view,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57(1), 47-52, https://doi.org/10.1037/0022-006X.57.1.47; Woody, E. Z., & Costanzo, P. R. (1990), Does marital agony precede marital ecstasy? A comment on Gottman and Krokoff’s “Marital interaction and satisfaction: a longitudinal view”,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58(4), 499-501, https://doi.org/10.1037/0022-006X.58.4.499; Gottman, J. M. (1993), The roles of conflict engagement, escalation, and avoidance in marital interaction: a longitudinal view of five types of couples,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61(1), 6-15, https://doi.org/10.1037/0022-006X.61.1.6; Laursen, B., & Hafen, C. A. (2010), Future directions in the study of close relationships: conflict is bad (except when it’s not), Social Development 19(4), 858-872, https://doi.org/10.1111/j.1467-9507.2009.00546.x; Carrère, S., & Gottman, J.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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